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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별난 삶 별난 취미 <7> 옛 그릇 연구에 빠진 정충영 삼보상사 사장

2012-07-23

"동광동을 서울 인사동으로 만들어야죠"


부산호텔을 끼고 있는 부산 중구 동광동2가는 '일본인 거리'로 불릴 정도로 일본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호텔, 음식점, 고미술상에서부터 빌딩 입주 업체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곳이 많다. 동광동2가 동양빌딩에 사무실을 둔 삼보상사도 기장미역 등 국내 해산물을 가공해 전량 일본에다 수출하는 업체다. 삼보상사와 (수산물 전문 인터네쇼핑몰) 삼보푸드의 사장 명함을 내미는 정충영(50) 씨를 동광동2가의 도자기 갤러리 '장안요'에서 만났다.

"이 도편(陶片)은 무덤 옆에 묻는 묘지(墓誌)의 일부지요. 묘지는 본관 이름 사망연도 등 사자의 신분을 알려 주는 글을 도자기에 구운 것입니다. 얼마 전 기장 장안읍에서 농사짓는 분이 발견해 제게 갖다 줬는데, 여기 보시면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요. '만력 15년'(萬曆 十五年)이라는 글자가 보이지요. 만력은 명나라 제13대 황제 신종의 연호로, 조선 선조 20년에 해당되며 서기로 치면 1587년이 됩니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5년 전 장안에서 구운 도자기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죠. 세종실록지리지에 보면 울산부에 속하는 가마터가 장안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적어도 그때부터 임진왜란이 발발해 도공들이 일본 야마구치 현 하기 시에 피랍될 때까지 장안에 가마가 존속했다는 증거가 이번에 나온 셈입니다."

수산물 수출하러 일본 왕래하며 우리 도자기 관심
옛그릇 연구회 결성, 전국 325곳 도요지 거의 탐방
日 유출 문화재 구입…"도자강국 역사 널리 알려야"

갤러리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깨진 사금파리 조각 하나를 들고, 그것도 끊어진 글자 몇몇에 기대어 그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장안도예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하나로 꿰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견된 이 작은 도편에는 결코 깨지지 않을 장안 도자기의 역사와 꿈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장안도예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워요. 왜관과 왜성 등을 복원하고, 분청사기 축제를 정기적으로 열어 일본 등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한편 무엇보다 전통장작가마 기술을 가진 장인을 초청해 현장에서 도제식 수업으로 제자를 양성하는 등 도자강국의 유구한 역사를 장안도예촌에서 재현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기장미역 팔러 다니는 사람'으로 부르는 정 씨에게 굳이 별호를 붙인다면 '옛그릇연구가'쯤이랄까. "부산대 일문학과 4학년 때 입사해 25년간 삼보상사에서 일했는데, 회장님으로부터 주식도 받고 해서 지난해 사장 자리에 올랐지요. 그동안 수출 업무 때문에 일본에 500회 이상 갔을 겁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일본 사람들이 우리 도자기로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하는 거예요. 야, 이거 우리 도자기 공부 좀 해야겠다, 뭐가 진짜고 가짜인지 가리는 안목 정도는 갖춰야겠다 결심했고, 일본으로 건너간 도자기도 사 모으기 시작했지요. 저희 회사에서는 남해안 서해안 일대에서 나는 수산물을 죄다 취급하는데 현지를 다니면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삼남의 가마터와 도자기가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도자기 공부는 도자기 장인인 장안요의 신경균 씨를 만나면서 날개를 날았다고 한다. "함께 옛그릇연구회를 만들어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자기소 도기소 325곳 거의 대부분을 답사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자주 방문해 그곳 도자기도 공부했는데, 중국 한국 일본을 연결했을 때 비로소 각국 도자기가 선명하게 이해되었지요. 기장에 장안도예촌이 있다면 이곳 동광동2가는 서울 인사동쯤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 개인 미술관을 지어 수백 점에 달하는 제 소장품을 전시하거나 믿을 만한 미술관에 기증할 꿈도 갖고 있지요."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이 기사는 2012년 7월 23일 부산일보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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