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살포드대 팀이 신경균 도예가를 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센서를 달고 작업 중인 신 도예가.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자리한 장안요(長安窯). 이곳을 운영하는 신경균 도예가는 지난달 29일 하루 반나절이나 몸 곳곳에 센서를 달고 일을 했다. 몸짓 하나하나에 성패가 갈릴 만큼 예민한 도자기 작업이기에 무척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가 들 정도. 그 앞에서 푸른 눈의 외국인 5명이 신 도예가의 동작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
2주일이나 숙박을 하며 장안요에서 신 도예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있는 이들은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살포드 대학의 미디어시티팀. 그들은 영국 BBC 방송국 타운 내 건물을 두고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T), 멀티미디어와 같은 4차원 영상에 대해 자문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주로 BBC와 접촉을 하지만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나 박물관, 미술관과도 첨단 영상과 기법을 논의한다.
英 살포드대 미디어시티팀 AR 등 최첨단 영상 기법 동원 장안요 신경균 작업 과정 기록 전통 도예·4차원 영상 접목
살포드대의 최인숙 교수와 로빈 바거 교수가 팀을 이끌고 지난달 21일 장안요를 찾은 것도 한국 전통도예와 4차원 영상 간의 접목을 시도하기 위해서이다. 미디어시티팀은 입체적 표현은 물론, 증강현실, 가상현실이란 최첨단 영상기법을 총동원해 도자기 제작의 전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반죽, 성형, 건조, 초벌, 유약, 재벌이라는 모든 과정의 어느 한 부문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신 도예가가 가장 자연스럽게 몸동작을 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수차례 반복 실험을 했다는 것에서 그들의 열정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밤을 꼬박 새워가며 미세한 불가마의 빛 변화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촬영 분량은 자그마치 16테라바이트(TB)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기자 한 명의 5년 작업량을 훌쩍 넘는 수치라는 설명.
이들이 이처럼 촬영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신 도예가의 작업이 전통적이긴 하지만 정체된 것이 아닌 '혁신적 기술'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최 교수는 "불, 흙, 나무, 철 등 오행을 합성하는 전통적인 도예과정은 인간의 순수 노동으로 태어나는 예술"이라며 "육체와 느낌으로만 아는 지식을 4차 산업혁명의 하이테크 인공지능과 접목해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작업 결과가 당장 드러나는 게 음악 분야이다. 유약을 바르는 과정이 컴퓨터 시스템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공감각적인 음악으로 울려 나온다. 신 도예가의 몸짓이 도자기 제작을 넘어 작곡의 행위로 발현하는 순간이다. 이 작업은 컴퓨터와 인간 사이 상호작용 예술 전문가인 최 교수가 도맡고 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지난해 영국문화재단 초청으로 맨체스터를 방문한 신 도예가의 도자기 제작 시연을 지켜본 최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촬영하고 수집한 장안요 데이터는 미디어시티팀이 오는 5일 영국으로 돌아간 후 1년여에 걸쳐 이뤄지는 후반부 작업을 통해 결실을 보게 된다. 그 작품은 관객들이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연물, 박물관 내 예술품 몰입 체험, 미술관 내 설치미술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미디어시티팀은 4차원 영상으로 만들어진 장안요의 모습을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과 미국 등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신 도예가는 "몸짓 언어인 도예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험의 과학이다. 경전에 아무리 좋은 말이 많아도 그것으로만 진리를 깨우칠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강조한다. 4차원 영상 촬영을 통해 전통도예의 비법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신 도예가는 고려 다완을 재현한 부친 고(故) 신정희 도예가의 전통적 기법을 계승하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작가. 우리나라 남부의 산을 찾아다니면서 새롭게 가마를 만들고 그 땅의 흙과 나무를 이용해 도자기를 제작하면서 작품의 폭을 확충해 가고 있다.
영국 살포드대 팀이 신경균 도예가를 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센서를 달고 작업 중인 신 도예가.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자리한 장안요(長安窯). 이곳을 운영하는 신경균 도예가는 지난달 29일 하루 반나절이나 몸 곳곳에 센서를 달고 일을 했다. 몸짓 하나하나에 성패가 갈릴 만큼 예민한 도자기 작업이기에 무척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가 들 정도. 그 앞에서 푸른 눈의 외국인 5명이 신 도예가의 동작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
2주일이나 숙박을 하며 장안요에서 신 도예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있는 이들은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살포드 대학의 미디어시티팀. 그들은 영국 BBC 방송국 타운 내 건물을 두고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T), 멀티미디어와 같은 4차원 영상에 대해 자문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주로 BBC와 접촉을 하지만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나 박물관, 미술관과도 첨단 영상과 기법을 논의한다.
英 살포드대 미디어시티팀
AR 등 최첨단 영상 기법 동원
장안요 신경균 작업 과정 기록
전통 도예·4차원 영상 접목
살포드대의 최인숙 교수와 로빈 바거 교수가 팀을 이끌고 지난달 21일 장안요를 찾은 것도 한국 전통도예와 4차원 영상 간의 접목을 시도하기 위해서이다. 미디어시티팀은 입체적 표현은 물론, 증강현실, 가상현실이란 최첨단 영상기법을 총동원해 도자기 제작의 전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반죽, 성형, 건조, 초벌, 유약, 재벌이라는 모든 과정의 어느 한 부문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신 도예가가 가장 자연스럽게 몸동작을 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수차례 반복 실험을 했다는 것에서 그들의 열정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밤을 꼬박 새워가며 미세한 불가마의 빛 변화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촬영 분량은 자그마치 16테라바이트(TB)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기자 한 명의 5년 작업량을 훌쩍 넘는 수치라는 설명.
이들이 이처럼 촬영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신 도예가의 작업이 전통적이긴 하지만 정체된 것이 아닌 '혁신적 기술'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최 교수는 "불, 흙, 나무, 철 등 오행을 합성하는 전통적인 도예과정은 인간의 순수 노동으로 태어나는 예술"이라며 "육체와 느낌으로만 아는 지식을 4차 산업혁명의 하이테크 인공지능과 접목해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작업 결과가 당장 드러나는 게 음악 분야이다. 유약을 바르는 과정이 컴퓨터 시스템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공감각적인 음악으로 울려 나온다. 신 도예가의 몸짓이 도자기 제작을 넘어 작곡의 행위로 발현하는 순간이다. 이 작업은 컴퓨터와 인간 사이 상호작용 예술 전문가인 최 교수가 도맡고 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지난해 영국문화재단 초청으로 맨체스터를 방문한 신 도예가의 도자기 제작 시연을 지켜본 최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촬영하고 수집한 장안요 데이터는 미디어시티팀이 오는 5일 영국으로 돌아간 후 1년여에 걸쳐 이뤄지는 후반부 작업을 통해 결실을 보게 된다. 그 작품은 관객들이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연물, 박물관 내 예술품 몰입 체험, 미술관 내 설치미술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미디어시티팀은 4차원 영상으로 만들어진 장안요의 모습을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과 미국 등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신 도예가는 "몸짓 언어인 도예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험의 과학이다. 경전에 아무리 좋은 말이 많아도 그것으로만 진리를 깨우칠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강조한다. 4차원 영상 촬영을 통해 전통도예의 비법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신 도예가는 고려 다완을 재현한 부친 고(故) 신정희 도예가의 전통적 기법을 계승하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작가. 우리나라 남부의 산을 찾아다니면서 새롭게 가마를 만들고 그 땅의 흙과 나무를 이용해 도자기를 제작하면서 작품의 폭을 확충해 가고 있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살포드대 제공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일 부산일보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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